100세 시대를 살아가며 치매라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진료실에서 혹은 생활 속에서 치매를 의심할 만한 상황 또한 늘어나는 현실이다. 치매에 대한 홍보가 늘면서 과거와 달리 중증 치매 환자보다는 깜박깜박하는 가벼운 기억장애로 내원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일상생활이 단조롭고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된 노인의 경우, 비교적 진행된 치매인데도 본인은 물론 보호자조차도 전혀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는 없으므로 ‘건망증일 것이다’ 혹은‘치매 검사나 한번 해보려 왔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인가? 치매인가?
치매란?
치매란, 쉽게 얘기하면 지적 수준이 정상이던 사람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전과 달리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장애를 보이는 증상이다. 여기에는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간과 공간 개념의 저하, 계산력의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포함된다. 치매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여성, 가족력이나 아포지단백 E 등의 유전적 요인이 있고 교정 및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과다한 음주, 우울증, 스트레스, 뇌손상, 저학력 등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치매의 유병률이 9.5∼13%이며, 80세 이상에서는 40% 이상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뇌세포의 퇴행에 의한 알츠하이머병(흔히 말하는 노인성 치매)과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이고, 파킨슨병 또한 흔한 원인이다. 이외에 우울증에 의한 치매, 신체의 대사성 질환(저나트륨혈증, 갑상선 기능 이상, 저혈당, 신장 및 간 기능 이상), 과다한 음주, 뇌 수두증(보행장애, 소변 실금, 치매를 특징으로 하는 상태), 저산소 혈증의 과거력, 뇌종양 등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초기 치매의 경우 최소 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붙이기도 한다. 최소 인지장애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 의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듣지만 일반적인 인지기능은 정상으로 일상생활의 수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이다. 뇌를 부검해 보면 이미 치매의 병적 소견이 나타나 있으며, 임상적으로 최소 인지장애로 진단된 후 연간 약 15%가량이 치매로 진행된다고 한다. 따라서 기억장애는 건망증 이외에도 치매의 전 단계 혹은 초기치 매인 최소 인지장애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치매의 진단
치매의 진단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면담에 의해 앞서 서술한 증상들의 유무와 정도를 알아내는 데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노인, 특히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생활은 매우 단순하다. 혼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되어 있고 남성의 경우 논밭에서, 여성의 경우라면 빈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일상생활 수행에 지장이 있는지를 병력 청취에서 알아내기가 어렵다. 자신의 장애에 대한 병식이 없는 환자라면 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진료실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치매이냐 아니냐를 판가름 지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뭘 하는지, 경로당에 가서 화투만 친다면 이전처럼 돈을 따는지, 남들은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는지,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는 보호자를 통해서 집안 정리 상태, 음식 맛 등이 전과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농사를 지을 때 매년 해오던 일들을 빠뜨리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질문이 필요하다. 일반인들에게 치매라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인식할 뿐, 치매에서 이상행동이라면 그 단어조차도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행동은 치매환자에서 흔히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고, 약물치료에 의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망상, 환각, 초조/공격성, 우울증, 불안, 다행 감, 무감동, 탈억제, 쉽게 화냄, 반복적인 행동, 불면증, 식습관의 변화, 무의지증 등이 보호자 및 의료진이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사항이다. 또한 치매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외에 뇌졸중, 파킨슨병, 대사성 질환 등에 의해서도 유발되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에 혈액검사, 뇌 MRI 혹은 CT를 시행하여 원인 질환들을 감별한다. 이때 FDG-PET 등의 기능적 영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이다. 실제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나타내 주고 치료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치매의 치료
치료는 단순한 건망증이라면 특별한 약물치료는 없으며 메모를 한다거나 적당히 쉬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뇌종양이나 대사성 질환은 수술 혹은 내과적 치료로 좋아질 수 있으며, 뇌 수두증의 경우 뇌척수액의 배액을 통해 호전이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기능의 향상과 행동치료에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제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토코페롤, 은행잎 성분 약제들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혈관성 치매인 경우 항혈소판제 등의 동반 사용이 필요하다. 또한 이상 행동은 진행된 치매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나 약물에 반응이 좋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에 의한 세심한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초기 치매일수록 치료의 효과가 높으며 최소 인지장애인 경우에도 치료에 의해 치매로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즉 치매는 암이나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하며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가능할 수 있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은 질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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